당신 이후의 접시꽃 / 윤소영
담장 곁
기울지 못한 빛이
접시꽃에 걸려 숨쉰다
그 앞에 서면
어머니가 서 있던 여름이
아직 식지 않는다
물을 주던 손과
젖은 흙의 냄새
말없이 등을 펴던 시간
접시꽃은
그 등을 닮아
끝내 굽지 못한 채 서 있고
붉은 꽃잎마다
건네지 못한 말들이
겹겹이 익어 있다
나는
그날처럼
아무것도 묻지 못한 채
뒤 돌아서던
그림자만
밟고 서 있다
바람이 스치면
꽃은 잠깐
어머님의 미소가 보이듯
붉음은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접시꽃만
오래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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