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하늘꽃 윤외기
얇은 자리에 핀 하얗고 작은 서리꽃
바람 멎은 새벽, 시간조차 흐르지 못한 동안
뺨을 스치는 숨결은 방향 잃고
솔잎 끝에 머물고 있는 그림자 남았다
가을빛이 스치던 순간, 한 점 눈물처럼 사라져도
손끝에 녹아내린 감정 비울 수 없어
난 숙명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파리다
마음속 망설임을 허물고
달빛 아래로 몸을 낮춘 채 침묵하며
갈잎 한 장에 흔들리는 중심
거미줄에 걸린 불빛을 붙잡으며
피고 지는 삶이 드러낸 숨통 바라본다
그늘 속에 잠든 슬픔이 깨어날 때
겨울 문턱에 서 있는 서리꽃
쓰러지며 남긴 것은
흩어짐이 아닌 진심의 언어
벌도 나비도 떠난자리에
바람이 숨 쉬고
고요가 덮은 질문지 위로
서리꽃은 다시 생각의 빛을 되돌린다
한 번도 같은 얼굴로 오지 못한 존재처럼
흩어짐을 소멸이 아닌
다음을 위한 시작으로 남겨둔 채
서리꽃 하나가 마지막 빛줄기로 세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