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 오세영
나는 특별히 행복한 삶을
누리는 재벌이나 부자들의
집안을 본 적이 없다.
술은 종류에 따라
잔의 크기가 각기 다르다.
허나 큰 잔에 채운 술이나
작은 잔에 채운 술이나
그 한 잔에 담긴
알코올 함량은 일정한 것.
큰 맥주 한 잔이라 해서
더 취하는 것도,
작은 양주 한 잔이라 해서
덜 취하는 것도, 아닌,
인생이란 하나의 빈 술잔,
흔히
많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모자라 적은 것을 한탄하지만
죽음 앞에서
한 생애가 누린 행(幸)
불행(不幸)의 총량은
크기가 다른 술잔의 동일한
알코올양처럼 똑같다.
다만 신이 따라 준
그 술의 종류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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