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한 여름 / 유현숙 ㅡ竟 대지가 들끓고 있소 뒤뜰 채마밭 상추마저 다 탔소 저녁 경에야 하늘이 먹구름을 몰고 오오 젖은 창가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만지면 꽝꽝했던 관념이 비로소 붕괴되고 눈과 귀 혼미하오 적소讁所의 살갗은 가파르기에 어떤 지목도 송곳도 스미지 못하오 무성했던 여름이 그대처럼 피었다 지고 지금은 새벽이오 열 손가락 세워 보리밥 같은 모래를 파는 그대 영원이라는 모래, 모레라는 미래를 파는 그대 이곳은 달이 멀어져 가는 푸른 행성 파도소리 서늘하고 물미역 흐느끼는 해안에서 마침내 그대 내리는 구릉 자, 이제 듭시다 언덕배기 능소화도 망초꽃도 휘는 계절 우리들의 유배지, 오늘이라는 절도에는 바람 차고 미결의 파도 드세오 자욱한 안개 속으로 내가 젖어드오 들어, 모래 굴에 갇힌 아름다운 함몰을 함께했던 계절을 다시 쓰겠소, 竟. -제4시집<내일 뭐 해>p12~13, 2026년 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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