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담장이 있던 풍경 / 이현천
산길 오르는 길목에
오래된 기와집 하나 서 있다
철대문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부스러진 흙담장이
오래된 집임을 알려줬다
봄이면 늙은 부부가 대문 앞에
나와 햇볕을 받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던 그 집
해마다 유월이면 흙담장을 넘은 능소화 활짝 피어 오가는
산객들을 반겨주곤 했다
그러던 지난해 가을
집이 헐리고
담장도 꽃나무도 사라지고
번듯한 집이 들어섰다
능소화 웃음이 그리웠던가
꽃나무 자리에 나무 의자 하나
놓았지만 늙은 주인은
볼 수가 없다
산을 다녀오며 의자에 앉아
꽃나무를 그리는 나
사라지는 것들로 인해
우리들 그리움도 말라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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