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서 / 이옥란
달랑게 하나
사람 그림자에 놀라
집을 향해 달린다
손톱만 한 몸으로
갯벌 한복판을 건너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
등 뒤로 바람만 스쳐도
거대한 발자국이 따라오는 듯하고
구멍 하나까지의 거리는
오늘따라 수평선 끝처럼 멀다
뽀글뽀글 물방울 사이로
미안한 일
감사한 일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스친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작은 몸을 밀어 간다
마침내 구멍 속으로 스며들고
갯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햇빛을 반짝인다
세상은 끝내
누가 그토록 필사적이었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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