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꽃이 피던 날 / 윤소영 마당 끝 감나무 아래 덜 익은 햇살 흰 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툭, 소리 없이 떨어진 감꽃 하나 그해 여름은 그 소리로 시작되었다 너는 웃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꽃은 계속 떨어졌고 우리는 말보다 먼저 서로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작은 낙하들이 이어졌다 목 언저리에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매달렸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건 꽃이 아니라 시간이 떨어지던 일이었다 발밑에서 조용히 부서지던 빛의 조각들 흰 여름 나는 아직도 그 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미 너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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