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 이윤선
어머니는 호박이셨다
애호박이 아닌
조선호박이셨다
덩굴째 굴러들어왔다고
할아버지 눈에는 찼지만
조선호박 같은 둥근 낯은
계란같이 매끈한 할머니 눈에는
못마땅한 등살이었을 것이다
굴러들어온 호박 속 씨앗이
순풍순풍 아들을 낳고
구수한 호박된장국과
새우젓 넣은 호박지짐이를
맛깔나게 부쳐내는 덕에
"네 어미는 된장국을 참 맛나게 끓인다"
할머니의 빈 밥공기에는
칭찬이 소복이 고였다
여린 호박잎도
가시를 세우며 자라듯
어머니의 조선호박은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누렇게 익어가며
촉촉이 분을 바르고 있다
달맞이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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