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연기/하늘꽃 윤외기
어둠이 담벼락에 기대어 선 채
한 모금의 침묵을 베어 문다
손끝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위태롭게 깊어가는 밤의 깊이다
가슴 깊이 길어 올린 숨결이
하얗게 피어오르다 색이 바래고
허공으로 흐릿하게 흩뿌린 연기는
차마 붙잡지 못한 미련의 실루엣
하염없이 타들어 가서 재를 떨구듯
마음속 오래된 기억을 털어낸다
길고도 쓸쓸한 골목길 구석에
홀로 삭여내는 고독의 잔상으로
붙잡을 수도 내보낼 수도 없어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연기 속에
영원히 기억될 줄 알았던 약속
찰나의 순간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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