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켜다 / 이용철
포카라 새벽안개에
설산이 페와 호수에 얼굴을 담근다
한 사내의 입에서 김포의 겨울이
우리말로 나직이 들려온다
비행가 시트 속 먼지와 날개 밑 그늘
손으로 남의 나라 빨래를 돌린다
고향에는 밤마다 등불 하나가 타고
아낙의 손이 심지를 돌리는 동안
지폐가 바다 건너 아이들 공책이 된다
사내는 푸른 날을 한 켜씩 깎아내면
여인은 우물에서 기다림을 길어 올린다
두 사람 사이, 열두 해 밤이 쌓인 후
이제 호텔 열쇠 꾸러미를 쥔 사장
반짝이는 것은 열쇠 꾸러미가 아니라
찬 새벽마다 말없이 주워 모은 별이다
삶은 서릿발 길을 맨발로 걷는 게 아니라
굳은살 딛고 마침내 별 하나 켜는 일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