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순정 / 윤소영
노란 나비 한 마리
울타리 끝에 매달려
식어버린 빛의 결처럼
가만히 떨고 있다
초록 잎 사이
막 피어난 얼굴 하나
여린 숨을 삼켜며
세상을 처음 밝힌다
햇살을 물고
땅이 밀어 올린 노란 숨
바람이 스쳐간 자리마다
얇은 몸으로 흔들리며
이름 없는 노래를 건넨다
저녁이 오면
빛은 스스로를 접고
이슬 몇 방울로
긴 밤을 받아 적는다
그 위에
늦게 도착한 별 하나
가만히 내려앉아
노란 것이 다시 열릴 때까지
하루는
조용히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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