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꽃/이가림
투창에 등어리를 찔린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트럭 한
대가 시커먼 그을음을 잔뜩 토해놓고 달아난 뒤, 버짐
먹은 아스팔트 길바닥에 굴러떨어진 감자 한 알이 도
르르 공사장 흙더미 속에 처박혔다. 잠시 몸을 숨길
사이도 없이 포크레인 손아귀에 걸려든 감자의 몸뚱어
리는 소리쳐도 소리쳐도 안 들리는 꽝꽝한 어듬 밑에
깔렸다. 갈기갈기 흩어진 살점들은 이내 썪어 물이 되
었다. 오직 눈동자만 살아서 파랗게 불을 켠 채 꼼짝
않는 밤을 안고 진땀나게 뒹굴고 또 뒹굴었다. 아아,
그 누군들 알았으랴, 깊은 상처의 어깨로 절망의 뚜껑
을 밀어올리고 마침내 빠끔히 열린 하늘을 향해 "난
살아 있다!"고 소리칠 줄이야. 가시 면류관인 양 비
닐 쓰레기를 머리에 이고 시멘트 틈바퀴에서 일어선
꽃, 피멍빛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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