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식 레몬 절임/안미옥
너의 안부를 전해들었다
펼치면
전부 펼쳐질 것 같았다
입구를 꽉 묶어두었던
가느다란 실이 풀린 것만 같았다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없었다
주머니는 자주 비워야 하고
빨래를 할 때마다 속을 뒤집어야 했으니까
멀리 있다가 가끔씩 찾아오는
한겨울의 눈처럼
녹지 않고 쌓일까봐
겨울이 계속될까봐
얇게 저민
레몬 슬라이스, 소금과 함께
병에 담아 밀봉하였다
레몬 절임에도
상온에서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이 지나면
다 녹아 알맞게 절여진 레몬과
뒤섞인 안부를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휘휘 저어볼 수 있겠지
그러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마셔볼 것이다
적어도 따뜻하게 사라질 수 있게
📖시집『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2023,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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