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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시모음

모로코식 레몬 절임/안미옥

작성자cbdc반대(박윤억)|작성시간26.06.23|조회수9 목록 댓글 0

모로코식 레몬 절임/안미옥 
 
 
 너의 안부를 전해들었다 
 
 펼치면
 전부 펼쳐질 것 같았다 
 
 입구를 꽉 묶어두었던
 가느다란 실이 풀린 것만 같았다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없었다
 주머니는 자주 비워야 하고
 빨래를 할 때마다 속을 뒤집어야 했으니까 
 
 멀리 있다가 가끔씩 찾아오는
 한겨울의 눈처럼 
 
 녹지 않고 쌓일까봐
 겨울이 계속될까봐 
 
 얇게 저민
 레몬 슬라이스, 소금과 함께
 병에 담아 밀봉하였다 
 
 레몬 절임에도
 상온에서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이 지나면 
 
 다 녹아 알맞게 절여진 레몬과
 뒤섞인 안부를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휘휘 저어볼 수 있겠지 
 
 그러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마셔볼 것이다 
 
 적어도 따뜻하게 사라질 수 있게 
 
 
 
📖시집『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2023,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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