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기대기 / 신은숙
1
열정의 잔해가 아니더라도
잠든 기억들을 난타하는
추억의 북 채에
흠씬 두들기어
얼얼해진 상념(想念)의 그림자
초췌해진 시간의 몰골이
수시로 헤집어 대는
고독,
그 몹쓸 고뇌의 한숨에 섞여
떠돌던 고립의 바다
한 점 온기가 그리워
온기 있는 가슴이 그리워
온기 있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 그리워
외로움도 고독을 끌어안고
위로 하였더라 지
2
감히 자만을 앞세우며
홀로 서리라 단언했던가
끈적한 부대낌 없이
홀로 가리라
과신했었던가!
팔이 꺾여나간 아픔보다
단절된 가슴이 치르는 고통은
천만 배 더 하여
피골이 상접한 외로움이 좌절하며
넋을 놓는다.
진실의 이름을 빌며
진실 앞에 맹세했던 입술에 눈멀어
성큼 내주었던 인정의 텃밭도
세월 앞에 스러져
슬픈 얼굴로 투영되어 온다.
3
모두 고립을 이기지 못하는
담쟁이다
반복되는 배신에 몸서리 처져도
아물지 않은 상처의 속살은
또 다른 인연의 기대 속으로 잔을 기울이는데
속절없는 껍데기들이 꿈꾸는
영혼의 교접(膠接).
그리운 것은 맹세가 아니었다.
삭막한 빈 시간에 난무하는
심중의 뜨거운 눈빛
착실히 쌓아 올린 기도(祈禱)의 성(成)에
온전히 교류(交流)되는
시선과 시선
그들이 생성(生成)하는 온기에
날마다 익사(溺死)하고 싶다.
-시집<마음기대기>p17~19,
2026년 5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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