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 손은주
아픈 쪽은 왼쪽이라 믿었다
어릴 적 술 취한 아버지 피해
도망가다 삐걱거렸던 왼쪽 발목
스물한 살 시선의 끝
다정한 사람과의 이별도
역방향 기차를 탔을 때도
왼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졌다
덜컹거리던 세 개의 문을
지나자
심장 가까운 방에서
물이 차올랐다
얼어죽은 줄도 모르는
꽃망울 자르고
오른쪽 가슴으로 하얀 목련을
피웠다
꽃그늘에서 흰 살점 뜯겨나가면
쓸모없는 죽음을 올려다보았다
새벽마다 달을 삼키며
암, 암, 암울한 시간
그렇게 토해낸 암종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한 해의 달력 무사히
넘길 때마다
12월 끝에서 떠나간 선아가
우듬지에 매달린 나를,
살아야 한다고
넌 살아야 한다고 엎드려
울다가
왼쪽 봉오리를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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