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으면 / 신영우
들창 틈으로
볕 한 줄 잠시 들러
방바닥을 기던 시절
하숙집 창문 하나로
하늘을 채우던 겨울
족두리 벗긴 후
방 한 칸 늘던 날
미소가 먼저 부풀었다
하늘 올려다볼 틈 없던 날들
별빛 가까운 쪽으로
자꾸 창문을 달고 싶었으나
밤은 늘 벽보다 먼저 무너져내렸다
오늘
안개 속에서 밀려오는 햇살
커튼 틈을 들추는 바람
식어가는 찻잔에 걸린
굳은 손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내려앉은
주름을 오래 읽는다
야윈 손끝에 스미는
깊은 손맛
세월은
검게 타들어간 것들로만
향기를 만들고
혀끝에 남은 쓴맛으로
아직 살아 있음을 깨운다
눈 감으면
한 생이
서로의 가슴을 감고 올라간다
가시에 찔리면서도
끝내 꽃을 품은
넝쿨장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