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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시모음

시인의 언덕/서호준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22|조회수18 목록 댓글 0

시인의 언덕/서호준

 

 그 언덕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언덕이었다 
 
 가팔랐고
 차로는 오를 수 없었으며
 시인의 언덕에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감시하는 카메라도
 윤동주 벽화 눈구멍마다 있었다 
 
 그 언덕을
 억지로
 그러니까
 윤동주를 좋아하는 엄마와
 윤동주를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오를 때의 일이다 
 
 윤동주의
 시구절을 밟고 오르며
 적잖이
 부끄러워했고
 기념품점을 지나쳐
 윤동주 간도식당에서 엄마랑
 주그렁 주먹밥 하나
 사 먹었고 
 
 시인이 되려면 자가 한 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아빠가
 감시 카메라 눈치를 보며
 벽에다
 엄청 긴 낙서를 하면서 
 
 또 시인이 되려면
 곤조가 있어야 한댔는데
 그 말까지 듣고는 언덕
 정상까지
 힘을 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윤동주에 대해 평소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나만의 언덕에는
 글쎄
 아무도 안 올랐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만의 언덕이고 
 
 시인의 언덕은
 미쓰비시 상사가 돈을 대고
 우리 인부들이
 엉덩이로 다져 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시집『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2025,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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