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언덕/서호준
그 언덕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언덕이었다
가팔랐고
차로는 오를 수 없었으며
시인의 언덕에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감시하는 카메라도
윤동주 벽화 눈구멍마다 있었다
그 언덕을
억지로
그러니까
윤동주를 좋아하는 엄마와
윤동주를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오를 때의 일이다
윤동주의
시구절을 밟고 오르며
적잖이
부끄러워했고
기념품점을 지나쳐
윤동주 간도식당에서 엄마랑
주그렁 주먹밥 하나
사 먹었고
시인이 되려면 자가 한 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아빠가
감시 카메라 눈치를 보며
벽에다
엄청 긴 낙서를 하면서
또 시인이 되려면
곤조가 있어야 한댔는데
그 말까지 듣고는 언덕
정상까지
힘을 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윤동주에 대해 평소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나만의 언덕에는
글쎄
아무도 안 올랐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만의 언덕이고
시인의 언덕은
미쓰비시 상사가 돈을 대고
우리 인부들이
엉덩이로 다져 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시집『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2025,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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