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업고 걷던 길/방경희
1984년 여름
아들이 태어난 지 겨우 여섯 달 남짓 되었을 때
우리는 범어사 계곡으로 향했다
그 시절엔 부산에 지하철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리면 산은 멀고도 길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햇살은 뜨거워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옆지기는 포대기에 아들을 업고 걸었다
작은 머리가 등에 기대어 흔들릴 때마다
혹여 잠이 깰까 혹여 더울까
연신 포대기를 신경쓰며 걸음을 옮겼다
아들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계곡에 내려 놓으니 좋아했다
우리는 젊었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그 긴 길을 걸었으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도시락을 먹으며
아기의 웃음소리에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부산에 처음 지하철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들떠 있었고
우리도 그 기쁨을 따라 다시 범어사로 향했다
지하철 창문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빠르게 지나쳤고
불과 일 년 전
버스를 타고 한참을 돌아와야 했던 길인데
이제는 땅속을 달리는 열차가 우리를 실어 나르니 신기했다
아이를 안고 몇 번이나 창밖을 내다보았는지 모른다
포대기 속 아기는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그를 업고 걷던
아버지의 어깨에도 세월이 내려앉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땀에 젖은 옆지기의 등과
포대기 속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아들
처음 지하철을 타고 다시 그 길을 찾던 날의 설렘이 선명하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그 여름의 젊음과 행복만은
아직도 내 마음 한편에서
남아 있기에 이곳을 즐겨 찾는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