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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시모음

늙은 세탁기처럼/방경희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07|조회수9 목록 댓글 0

늙은 세탁기처럼/방경희 
 


비가 오는 줄도 모른 채 늦도록 잠을 잤다
그런데 난데없이 허리가 아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자리를 뒤집었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비가 많이 와요." 
 
아 그래서였구나
내 몸은 기상청이다
비 소식보다 먼저 관절이 알고 허리가 먼저 알아챈다
얼마 전에는
아들과 백사장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
발 안쪽 근육이 삐끗했는지
디딜 때마다 신호를 보낸다
젊을 땐 아픈 줄도 모르고 뛰어다녔는데
이제는 몸이 속도를 줄이라고 한다
우리 정말 조심해야 할 나이인가 보다
낭만도 좋지만 무턱대고 달려들 수는 없는 나이
가는 세월 앞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랴
늙은 세탁기처럼
한꺼번에 많이 담지 말고 양을 조절하며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어가며
천천히 오래도록 돌아가야겠다
그래야 아직 남은 계절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으니까
내 나이보다 어린 친척들도
세상을 벌써 등진 사람들도 있으니
주어진 만큼 조심히 살아가야지
아직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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