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바람/방경희
감정은
쫓아낼 손님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와
마음의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같은 것이다
슬픔이 오면
하늘이 흐려지고
그리움이 오면
먼 길 떠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분노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몰아치고
외로움은
저녁 강가에 내려앉는 안개처럼
소리 없이 번져간다
우리는 가끔
그 바람을 막으려 애쓴다
문을 걸어 잠그고
못 본 척 외면하지만
감정은
밀어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잠시 머물다 갈 뿐이다
그러니
슬픔이 오면 슬픈대로
그리움이 오면 그리운 대로
알아 차리자
외로움이 오면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자
바람을 붙잡을 수 없듯
감정 또한 붙들 수 없다
지나가는 동안
함께 걸어줄 수는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바람이 먼 하늘로 떠나고 나면
우리 마음은
한층 더 깊고 넓어진 숲이 되어
다음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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