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방경희
유엔묘지를 찾았다
초여름 바람이 스치는
길을 따라 걷다가
먼저 묵념을 올렸다
푸른 잔디 위에
누워 있는 이름들
그 이름 하나하나가
아들이었고 형제였으며
누군가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젊은 날의 꿈을 품고
머나먼 바다를 건너와
이름도 낯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어준 사람들
그들의 고향은 달랐지만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같았으리
자유와 평화 인간의 존엄
사람답게 살아갈 내일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바라보며
국기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마다
희생과 용기와 눈물이 스며 있는 듯했다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하루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걷는 거리와
웃으며 나누는 일상과
아이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는
이 땅을 위해 스러져 간
젊은 영혼들의 헌신이 있었다
유엔묘지를 나서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당신들이 지켜 준 이 나라에서
우리는 평범한 행복을 살아가고 있다고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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