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앞에서/방경희
철새는 계절 따라 떠났다 돌아옵니다
철새와 계절은 붙잡는다고 머무는 것도 아니고
보낸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인연 또한 그러한가 봅니다
어떤 이는 봄꽃처럼 다가와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고
어떤 이는 가을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떠나갑니다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습니다
더 이해했어야 했는지
물음표를 던져보지만
강물은 대답이 없이 흘러갈 뿐 말이 없습니다
철새는 떠날 때 돌아온다는 약속이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떠날 뿐
그러기에 억지로 붙잡지 않으려 합니다
곁에 머물 인연은 머물 것이고
떠날 인연은 떠날 것입니다
나는 강물처럼 흐르며
내 계절을 살아가려 합니다
남은 인연이 있다면
철새처럼 찾아올 것이고
강물이 흘러가듯
세월은 내 몸을 늙게 했지만 내 영혼까지 꺾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오늘도 시를 쓰고 바다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갑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며 무엇을 했든
나의 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내가 써 온 시 한 편 내가 살려낸 하루 내가 베푼 작은 친절이 나의 자존감입니다
그건 내삶의 품격입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