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움을 위한 기도/복효근
깜깜한 먼 허공
저 진창의 지상을 내려보며
하필 눈송이는 그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붙잡고
안도하고 싶었을까
그 위태로운 선택이
그를 눈꽃이라 부르게
했으리라
지상의 모든 꽃은 그래서
제 몸에서 가장 먼 곳에
저를 피운다
심지어는 없는 길을 내어
허공에 꽃을 피우는
덩굴도 있잖은가
하느님이 들여다보고
들어주시는 기도는
제 뿌리도 제 몸도 눈치 못 채게
은밀히 피우는 꽃이라서,
머언 하늘에 피우는 꽃이라서,
저 눈송이처럼
그 끝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어서,
하 아름다워서,
당신이 애초에 만드신
그 모습이어서
나를 더 위태롭게 하소서
@『마늘 촛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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