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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시모음

베어 낸것은 욕심이었다/방경희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18|조회수8 목록 댓글 0

베어 낸것은 욕심이었다/방경희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던
푸른 생을
톱날 아래 눕히며
마음도 베었을 것이다
수년을 바람과 비를 견디며
마디마디 삶을 쌓아 올렸을 텐데
한순간 쓰러지는 모습
마치 사람의 생애를 보는 듯했다
대나무는 마지막까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제 그림자를 거두며 땅으로 내려앉았다
나는 잘린 단면을 바라보았다
속이 비어 있었고
비워 두었기에 높이 자랄 수 있었고
비워 두었기에 바람과 친구가 되었으리라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움켜쥐고
놓지 못해 무거워졌던가
대나무를 베면서
욕심의 가지 몇 개를 잘라낸다
언젠가 나 또한 저 대나무처럼
한 세상 곧게 살다
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면
남은 사람들은
푸르렀던 한 생을 기억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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