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 / 박성환
저녁이 오면
집들은 하나둘 눈을 뜬다.
창가에 매달린 노란 불씨 하나가
길 잃은 바람의 어깨를 토닥이고,
지붕 위에 내려앉은 어둠은
그제야 발걸음을 늦춘다.
사람들은 안다.
밤이 깊어질수록
등불 하나가 얼마나 큰 집이 되는지를,
그런데 이상하다.
가슴속 골목에
해가 지고 있는데도,
마음의 처마 끝에서
불씨 하나 꺼져 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왜
손바닥만 한 성냥 하나 꺼내 들 생각을
잊고 사는 것일까.
외로움은
빈 우물 속에 고인 검은 물처럼 차오르고,
그리움은
오래 닫힌 방문 틈으로 스며드는
찬 서리처럼 깊어지는데,
정작 마음의 방에는
등잔 하나 걸어 두지 못한 채
어둠과 동거하며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별도 어둠이 키운 꽃이고,
달빛도 밤이 길어 낳은 열매다.
세상의 모든 빛은
어둠의 품에서 태어났는데,
우리는 왜
상처가 깊어질수록 불을 끄고,
슬픔이 깊어질수록 창문을 닫아 버리는가.
어쩌면 삶이란,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일이 아니라,
비바람에 젖은 마음의 심지 하나
끝내 꺼뜨리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는
시 한 줄을 성냥처럼 긋고,
누군가는
사랑 한 마디를 등잔 기름처럼 붓고,
누군가는
다시 살아 보겠다는 작은 결심으로
가슴 한구석에 불씨 하나를 숨겨 놓는다.
그 불빛이 모여
마침내 한 사람의 밤을 건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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