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민들레의 시간 / 박성환
바람 끝에 내려앉은 작은 홀씨 하나
너무 가벼워 보여 스쳐 지나쳤지만
차가운 땅속 깊은 어둠을 품고서
얼마나 긴 겨울을 견뎌 왔을까
서리 내린 밤마다 등을 웅크린 채
봄이 오지 않을까 두 눈 감았겠지
포기하고 싶었던 수많은 시간도
이름 하나 지키며 버텨 왔겠지,
아무도 몰랐던 그 마음의 계절을
노란 민들레야
너는 어떻게 피어났니
눈물보다 깊은 외로움 안고
끝내 봄을 불러냈니
노란 민들레야
너를 보며 알게 됐어
아름다움이란 환한 웃음보다
견디어 낸 시간이라는 걸
나비의 마음 가까이 닿기 위해서
몇 번이나 바람에 고개 숙였을까,
빗방울은 사정없이 너를 때렸지만
너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지
햇살보다 먼저 찾아온 외로움에
작은 몸을 맡긴 채 흔들렸겠지만
끝내 포기 못 하고 꽃을 피운 건
살아 있다는 너의 대답이었어
아무도 모르는 상처의 무게로
노란 민들레야
너는 어떻게 피어났니
눈물보다 깊은 외로움 안고
끝내 봄을 불러냈니
노란 민들레야
너를 보며 알게 됐어
아름다움이란 환한 웃음보다
견디어 낸 시간이라는 걸
꽃은 모두 햇살 속에 피는 줄 알았어
하지만 어떤 꽃은
어둠을 다 지나온 뒤에야 피어나더라,
무너지지 못해서
끝내 살아내서
한 송이 눈물처럼 피어나더라,
노란 민들레야 이제야 네가 보인다
작은 꽃잎 안에 숨어 있던
수많은 계절의 이야기
노란 민들레야 봄은 네가 데려왔구나
아름다워서 피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서 피는 꽃이라는 걸
바람 끝에 흩어지는 작은 홀씨 하나
또 다른 봄을 향해 날아가고 있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