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 / 목필균
주름진 얼굴보다
더 슬픈 것은 하얗고 길쭉한
손이 더 늙은 것이다
푸른 시절
못난이 인형 같은 나를
손잡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지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고,
또 지나고 아버지상을 당하고
동기들이 모여들었을 때
갑자기 내 첫사랑이었다고
주장하는 친구들이 자식들 앞에
몇 명이나 나타나서 당황했지만
농담이었는지, 진담이었는지
난 재미있게 웃었다
그 푸른 시절에 고백했어야지
무슨 소용 있겠냐고
난 알지도 못했는데
못난이 인형 같은 얼굴도
하얗고 부드럽던 손도
얼룩지고 주름지고
성인병 몇 개씩 꿰어 찬 이즈음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있을까
흑백 사진 속
수줍게 각인된 기억이
각자 다른 느낌으로 고여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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