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꽃/문정희
오늘 아침 아첨하지 않은 저 거울 속에
슬며시 얼굴을 들이미니
늙은 엉겅퀴꽃 한 송이 거기 있다
칠면조 늘어진 목주름과
벌써 살갗 매서운 바람 앞에
마지막 궁리로 두 눈 확 떠 버린
시든 갈잎이 배경이다
섬광이 머리를 쪼개는 순간도 없이
날카로운 고통 붉은 상처로 피어난
이윽고 독화살 같은 매혹의 꽃
툭하면 거꾸로 솟은 피
아직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데
돌팔이 시인들의 헛되고 달콤한 위로가
끝내 닿지 못한
어림없고 어이없는 자연의 벌판에
오롯이 늙은 엉겅퀴꽃 가시 달고 서 있다
한 번도 과녁을 쏘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않은 보랏빛 화살
고양이 눈알처럼 신묘해 보이지만
공허한 탄식처럼 싸아한
늦가을 추위
엉겅퀴꽃 한 송이
무참한 얼굴 디밀고 있다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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