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 맹태영
나지막한 양옥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리에
우람한 현대식 도서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수많은 시집과 전공서적 그리고 잡지들이
그 집을 드나들던 햇빛을 막아서고
소통의 바람길을 가로막고 나서부터
단단한 벽돌을 쌓고 쇠문을 달고
급기아 철통 갚은 자물쇠를
채우고야 말았습니다
고만고만한 살림살이를 나누었던 이들과도
단절을 선언하는 판결문 같은
마음을 닫고야 말았는데
캄캄해서 무심코 지나던 그 골목길이
오늘은 등불을 켠 듯이 환했습니다
대문이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연두와 분홍이 섞인 예쁜 수국이
꽃봉오리를 내놓았습니다
담장 위에는 푸른 덩굴나무 잎이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