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이 열리고/나희덕
한 개의 門이 열려
며칠째 눈발이 천지를 메우더니
천 개의 門이 닫히고
발들은 모두 묶이고 말았네
마른 풀대도
시린 발목을 눈에 묻고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네
소리들도 갇혔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가장자리는 얼어가지만
흐르는 물만이 門을 닫지 않아
나는 물소리 앞에 쪼그려 앉았네
천 개의 門이 닫히고
당신에게로 흐르는 水門만이 남았네
눈송이를 낚으려 하나
물에 닿는 순간 사라져버리네
젖은 눈 속에 젖은 눈,
그 열린 門으로 나도 따라 들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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