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보릿고개 / 나유순
소복소복
이팝나무꽃 피는 날이면
하얀 밥 냄새처럼
할머니가 돌아온다
아이를 낳고
쌀이 떨어져
곯은 배를 안고도
젖을 물려야 했던 모정
부끄러움도 접어 쥐고
문지방을 넘던 발걸음
"쌀을 좀 꾸어주시오"
목소리는
더 낮아졌을 것이다
첫 독은 열 수 없다는 말에
허기진 하루가
그대로 접혀 돌아왔다
삼베를 부지런히 짜
쌀독을 채우고
굶주린 이들 배불리
대접하시던 할머니
맑은 물 한 사발 떠 놓고
손을 씻어 올리고
산처럼 고봉밥을 내어주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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