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 나정욱
거북이와 남생이와 자라를
구별할 수 없는 나는
물 없는 수조 안의 너를
무엇이라 지칭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조 안에서 너는
가뭄처럼 말라가는 것이냐
물 없는 수조 안에
너를 넣어둔 것은
보호일까 방치일까
주인이 아닌 나는
네게 관여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을 텐데
물 없는 수조에 갇힌 너는
물이 있어야만 살 수 있을 텐데
물도 주지 않고
견디게 하는 이것은
너를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
주인이 아닌 나는
너의 생사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메마른
너의 몸뚱이와
눈꺼풀이 감긴 너는
대체 살아있는 것이냐
죽어있는 것이냐
너의 생애와는 전혀 무관한
빗돌의 무게를 짊어진
귀부龜趺처럼 죽어있는 듯
설마 죽어있는 듯
어떤 생명은 산다는 것이
저렇듯 누워 있는
돌 같기만 하여라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