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나영순 얼마나 더 수그릴 수 있을까 겨울빛을 닮은 허수아비같이 고개를 수그린 오후가 발밑의 기억들을 밟아온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지만 그림자는 처음부터 나를 앞서서 가지 않았다 늘 그때처럼 한결같이 나에게서 하나였다 비가 하늘을 바라보지 않듯 뿌리가 땅 위를 밟지 않듯 그렇게 저음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나에게서 나를 보는 또 다른 나의 목격자 내가 가는 곳마다 내 곁에서 자신을 비운 적이 없다 가는 달빛 속에서도 짙은 겨울비 속에서도 돌아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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