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 청송 김대용
크나큰 초록의 둥근 달이
덩굴손의 은밀한 암호를 풀어내며
대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다
검푸른 줄무뉘는
지나온 세월, 태양이 남긴 손 궤적일까
매서운 물보라와 매미 울음을
우직한 자세로 삼켜내며
스스로 붉어질 세월을 견뎌온 몸짓,
속 깊은 곳에 단단히 거둬둔
그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억들을
한 칼에 베어 입가에 무는 순간,
마른 입술을 적시는 붉은 냇물과
까맣게 박힌 보석 같은 눈동자,
지친 하루의 갈증을 풀어주는
가장 시원하고 달콤한
위로의 한 조각 초승달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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