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食卓) 4 / 김종혁
오랫동안 달력 한 장 넘기지 못한 채
멈춰진 시간 속에서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날을 마주합니다
차려진 밥상 위로
함께 나누던 온기는 간데없고
이미 삼켜야 했던 지난날의 침묵과
앞으로도 홀로 삼켜야 할 지금의 적막만이
밥알마다 꾹꾹 눌러 담겨 있습니다
부엌 창가에 놓인 먼지 쌓인 믹스커피
당신이 즐겨 쓰던 낡은 숟가락 끝을 만지작거립니다
그때 우리는 찌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에서
어떤 희망을 먼저 떠 먹었는지
식어버린 국물 위로 둥둥 뜬 기름기처럼
잊으려 애써도 자꾸만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날의 사소하고도 다정했던 사투리들을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것은
목메는 그리움일까요 아니면
뒤늦게 당도한 회한의 눈물일까요
창밖에는 무심한 바람만 흐르는데
나는 텅 빈 의자 하나를 곁에 두고
차마 비우지 못한 그릇 속에서
오늘도 오롯이 당신이라는 부재를 꾹꾹 눌러 삼킵니다
함께할 수 없는 밥상
오늘따라 유독 밥알이 맵고 쌉니다
오빠 빨리 온나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음성 한마디에.
추신 : 달력을 넘기지 못한 채 멈춰있던 나의 시간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당신의 생일날에 닿았습니다
그날의 풍경을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당신의 음성을
밥상 위에 차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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