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 김태연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대 터키의 4강전이 열리던 그해, 6월 29일
서해의 물결 위로 검붉은 파편이 흩어졌다
선제공격을 가한 북함北艦의 의도적 포성에
해군 장병 6명이 가라앉았다
영결식이나 추도식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참석치 않았다
중차대한 그날 그 시각에
축구 관람을 위해 자리를 비운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야당은 또 무얼 하고 있었으며
어떤 조치를 하였는가
나라를 위해 피흘리며 쓰러진 용사들의 충혼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개성공단이 가동 중이던
2010년 3월 26일,
백령도의 검은 물결 아래
천안함 46용사의 이름이
차갑게 가라앉음도
역시 그들의 의도적 도발이
명백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의 겨울 하늘 아래
두 젊은 이름이 멈추었다
2015년 8월 4일
수색 대대 장병 여덟 명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던 중
끊어진 군화 자국
몰래 설치한 목함지뢰로
멈춰 선 철책길
피 묻은 통문, 이 또한 의도된 도발이었다
한 민족을 두 민족으로 갈라 놓고
허방다리를 놓는 지도자는
과연 누구인가?
상황 판단이 지나버린 것은
이미 돌이킬 가치도 없는 희생뿐이었다
나라를 위해 피흘리며 쓰러진 용사들의 충혼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평범한 일상이기를 원하지만
그 순간만은 평범하지 못하다
자유의 기치 아래 손에 쥔 빛에는,
늘 어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날이 오면
기억하기에도 섬뜩한
그날이 오면
밝은 날 까치 소리에도 숭고하게 희생된 님들의 외침이 귓가에 들려오고
등불 같은 애국심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벅차오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