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기다린 양귀비/곽구비
초여름이 오면 사랑을 숭배하는
몸에 밴 관습으로 옷 매무새 만져놓고
당신 오시는 발걸음에 귀 열어 둡니다
바람의 세기에 당신 발소리 듣지 못할까 이리저리 찌푸리며 흔들리는 몸부림 멀리서 보다가 가셨을까 의심도 합니다
그림자 늘어진 오후 측은하게 내려다 본
해를 피해 민망해진 옷깃을 접을까 이 사랑도 접을까 생각이 깊어집니다
다시 아침이 오면 오늘은 당신
꼭 올 것만 같아 한겹 더 치장을하며
더 멀리 보이도록
더욱 짙은 열정으로 서 있습니다
바람이 소식 전해 파닥거리는
급한 날갯짓 당신의 빠른 숨소리가
내 심장에 닿는 듯 당도하기도 전
아찔해 시들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사랑하다 타들어가는
내 마음 안타까워 서쪽으로 향하던 노을도 눈시울 붉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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