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묵언(默言) /김정남
죽을 듯 며칠 밤을 몸살 앓다가
핼쑥해진 낮빛으로
장미꽃에게 찾아갔더니
왜 이제 왔느냐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도 너만큼 아팠었노라 대답하니
고개를 내저으며 하는 말
정말 아픈 건 뼈속보다 더 깊은
영혼 속 깊이까지 아픈 것이란다
핏빛 멍울을 가슴에 삼켜
온통 몸이 빨간색이 되어
자기 생명의 끄트머리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란다
짧은 며칠간의 몸살쯤으로
예쁜 꽃 장미꽃에게 연약한 것처럼
보이지 말아야 되겠단 생각이 든다
가시눈 물을 감추고
가슴속 환한 미소를 꺼내
소망을 뿌리우는 붉은미소,
그는 가시핀을 꽂은 아름다운 꽃이다
그 누군가 생각 없이 꺾어버리고 지나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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