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食卓)//나무 김종혁
디지털 도어록의 기계음이 멎은 현관문 위에
“오빠 어디고? 다 와가나? 기다린데이 빨리 온네이,”
지독한 궤적을 그리며 맴도는 그 목소리
텅 빈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그 시절로 되돌려놓습니다
문을 열면 언제나 지키고 서 있던 그 평범한 약속이
이제는 시간이 삼켜버린 가장 거대한 유배지
채 가시지 않은 잔상의 밀도 속에서
나는 여전히 다 와간다는 거짓말 같은 대답을 삼키며
뒤돌아보지 못하는 절대적인 정지 속으로
또다시 소리 없이 걸어 들어갑니다
사소해서 눈부셨던 당신의 기다림이
삼켜지지 않고 목구멍으로 자꾸만 역류할 때
독상 위에 차려진 고요한 침묵은
내가 평생을 채워야 할 부재의 부피가 됩니다
다 와간다는 대답 대신 눈물이 먼저 흘러
눈썹 끝에 맺히는 이 시린 날을 녹여 보지만
나를 추적하는 것은 겨울의 시린 바람이 아니라
지독하도록 따스했던, 나를 향한 당신의 기다림입니다
이제는 그 다정한 목소리도
문 앞을 지키던 그 환한 미소도 사라진 시간
빛 한 점 들지 않는 캄캄한 사방에서
나는 오롯이 텅 빈 부재를 앓고 있습니다
여전히 등 뒤에서 불어오는 다정한 사투리는
오늘도 나를 한 걸음도 멀어지지 못하게
그 지독한 그리움의 자리 위에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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