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신화에서 불을 훔치다 1 / 김성희
창밖은 아이들로 빛나는 여름이다
지치도록 놀아도 해가 남아 있는 골목의 사금파리에서 반짝이는 옛날을 줍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
6세기의 감성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심정을 이해했을까?
나는 인도 유리잔에 영국 홍차를 우려려낸다
21세기의 마당으로 갓 구운 유년이 도착하고 잃어버린
시간의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 커튼 뒤로 숨어도 마피아의 불룩한 헛배 같은 추억이 보이고
그거 알아, 신들과 요정들은 우리 곁에 살아 있지만
세월에 희미해져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영어 단어 fade를 통해서 알았지
아침 산책길에 나는 커피 한 잔 들고
요정이 어디 있나 두리번 거리다가 바깥놀이 나온 꼬마 요정을 발견한다
그 작은 아이들이 내 손등에 얹힌 공깃돌 같아서
세월이 높이 떠 있는 허공을 받으면
오 년, 십 년, 십오 년ᆢᆢ
계절을 단숨에 건너뛰어 내가 바뀐 세계
어린 날과 연결된 집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때의 가난한 부모님께 지금의 내가 드릴 게 많은데
테제와 안티제의 충돌에도 솜사탕을 나눠 먹고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텐데
어린 날의 골목은 지도에서 사라지고
낡은 대문을 열면 희미한 꿈이 보이고
묘사도 없는 동공 속에 고요한 인물들이
왜 그토록 선명한 그늘인지
영어 단어 fade를 통해서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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