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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시모음

굴렁쇠와 아이/김지향

작성자찢어진 청바지|작성시간26.06.07|조회수5 목록 댓글 0

굴렁쇠와 아이/김지향

 


안녕!
바람도 한 옆으로 밀쳐 세워놓고
쨍쨍한 햇빛 속을 날마다 보는
아이 하나 손을 파랗게 흔들며 간다
처음엔
숨죽인 운동장 머리에
삐뚤삐뚤 서투른 팽이치기처럼
바퀴가 푸득거렸다
아이의 새파란 손가락에 걸린 새파란 시간이
밀쳐놓은 바람을 흔들어 운동장 전체를 띄웠다
와~와~와~ 운동장으로 뛰어든
사람의, 빌딩의, 공장의, 창문의, 손뼉소리가
귀먹은 시간의 귀속까지 요동쳤다
중간엔
팔딱이는 운동장 심장부를 뛰는
아이보다 큰 덩치의 굴렁쇠에 성미 급한
젊은 시간이 고무줄처럼 튕겨 올라붙었다
올라붙은 시간이 심술을 부렸다
검은 보자기를 공중에 펼쳐 햇빛을 걷어냈다
공중은 문득 뚜껑열린 물병이 되었다
뚝뚝 떨어지던 물방울이 소나기로 몸 바꾸는 순간
굴렁쇠에 무너지는 보드불럭 담장이 걸리고
굴렁쇠에 쓰러지는 공장 굴뚝이 걸리고
굴렁쇠에 달려가는 사물의 아우성이 걸리고
굴렁쇠에 흙탕물을 몰아오는 바람 갈퀴가 걸리고…
나중엔
손을 흔드는 아이의 손등이
주름 깊은 어둠덩이를 밀고
노을 감긴 운동장 하복부를 마악 돌아
얽힌 실타래를 온몸으로 풀어내듯
은빛의 시간을 나부끼며 느긋하게 간다

내가나를 밀고 나간다 운동장 밖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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