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빛//구윤재
몇 세기에 걸쳐 바다가 돌에 맞닿아 생긴 동굴이에요
가이드가 말하고 동굴 안은 바다 냄새로 가득하다 심해 생물의 몸속에 들어온 것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경계를 넓히며 차오르는 파도
들이치는 어둠 속에서 나는 앞서 걷는 너의 손을 고쳐 잡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머리에 빛나는 조명을 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동굴은 깊고 알 수 없는 시간대의 물이 천장에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흘러내리는 이마를 훔치면 손끝에 맺히는 투명
세계는 빛을 향해 떨어지는 입술의 모양이라 동굴에 있는 우리는 미래의 운명을 나눠 쥘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는 몇 개의 웅덩이들 얕게 고여 있고
올려다본 천장은 수천 개의 물방울로 가득 차 있다 어두운 방에서 홀로 눈을 떴을 때처럼
등진 너를 안으면 모르는 사람의 침대에 누워 있는 기분이 되기도 했는데
이제 해드램프를 꺼주세요
걷다 보면 끝은 성큼 찾아와 있고
조심해
빛은 곧 도처에 널릴 것
손이 손끝을 찾아 쥐듯
동굴 안에선 모든 말이 크게 들린다
맞잡은 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집『미래 아이 뜀틀』,2026, 문학과지성사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