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 웃으세요 / 김병근
열 손가락 마디마디 거북 등짝
굳어가도록 죽도록 일해서
열 식구 가장으로 살아 내기가 얼마나
힘드셨나요
잎이 나기 전에 붉은 생채기 멍든
상사화 슬픈 이야기처럼
살아야만 했던 흙 자갈 길 위에서
서러워도 아파도 울지 못하고,
식구들은 많다 하나 거들 사람 하나 없고
그저 참고 살아야만 했던 고통의 순간
들이
어찌하여 그리 참담하기만 하셨나요
미처 담지 못할 억겁의 세월은
그 기막힌 인생에 딱 멈춰 서서
강물이 불기 전에 강을 빨리 건너자고
말을 듣지 않는 온몸으로 노를 저어 갑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 어머니는
꺼억꺼억 목 놓아 흐느껴 우시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셨습니다
아버지!
이제 저랑 같이 90년 세월의 흔적을 거슬러가
모든 걸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요
기억의 발자취마다 들러 마음껏 웃으세요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그리고 애쓰셨습니다
하루고 이틀이고 사흘이고
저가 힘껏 안아 드릴께요
오늘도 그때처럼 분홍 꽃비 내리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하얀 눈꽃 되어 흐름
니다
오늘은 현충일
영천 호국원, 어머니도 함께 안녕하신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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