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숲길 / 김태연
그녀의 손을 잡고 걷는
편백나무 숲길
손 끝을 타고 흐르는 오랜 묵언
숲 그늘 사이로 햇살 한 조각을 밟는다
지즐대는 꾀꼬리 소리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잠시 빌린 숲의 시간은
편백 잎 끝에 매달린 햇살이
고맙다는 말을 대신한다
풀잎 사이로 꼼지락거리는 애벌레와
길가를 지나는 산거미마저
외경스럽다
그래서 발걸음은 공기만큼 가볍다
복잡한 삶의 틀에서 놓여나
숲의 평화와 적막 속으로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햇빛과 숲을 깨우는 산새들과
살아있는 미물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 공간,
편백 향이 머문 손끝에서
저녁 햇살 하나 오래도록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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