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꽂/김영곤
아무도 안 보이는 텅빈 가지에
봄만 되면 나타나는 그녀의
그녀의 그녀들이 벚나무를 뒤덮는다
맹렬하게 달린다
붉은 피가 흐르는 하얀 치미는
올해도 분홍빛이라고 대서특필된다
분명히 작년의 그녀들이 아닌데
작년의 작년과도 다른 얼굴인데
그들은 일제히 하나의 벚꽃 앞에 성스럽게 무릎을 꿇
는다
당신이 너무 여성적이라고 분홍이 그리웠다고
독립기념관에서 쏟아져 나온 유관순 유관순들의
꽃잎 꽃잎 꽃잎들의
독립만세 운동이 만발한다
손에 손을 들고 흔드는 건
하얀 깃발 빨간 깃발뿐이어서
벚꽃이 제 몸을 모두 깨뜨리는 건 분통을 떨쳐내려는 것
빨강과 하양 사이의 순간 순간순간
나의 순간의 꽃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것
적막하게 홀로 남겨진
벚나무, 뿌리 끝까지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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