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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시모음

물소리길에서/김명희

작성자cbdc반대(박윤억)|작성시간26.06.16|조회수18 목록 댓글 0

물소리길에서/김명희

용문역에서 출발해
용문산 물소리길 4 시간을 걸으며
나는 문득 내 인생길을 걸어온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오르막은 젊은 날의 고비였고
가파른 숨결은
견뎌야 했던 세월이었습니다.

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렸고
때로는 길을 잃은 듯 막막했지만
돌아보니 그 모든 길이
오늘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은
수많은 날의 눈물과 닮아 있었고,
산길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이는
세월의 위로 같았습니다.

나무들은 말없이 서서
긴 시간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 주고,
맑은 물소리는
조급해하지 말라고,
흐르는 대로 가도 괜찮다고 속삭였습니다.

칠십의 길목에서 걷는 이 길은
끝을 향한 길이 아니라
더 깊은 나를 만나는 길이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걷습니다.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바람과 햇살을 벗 삼아 걷습니다

인생도 이 길과 같아서
고비마다 숨이 차고 힘들어도
결국은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만나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긴 여정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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