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요 / 허향숙
숲에 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
코 끝에 아교처럼 달라붙어
지워지는 중인
어떤 동물이
나를 맡고 있다
눈이 까맣게 타 들어갔다
바람이 혀를 내민 채 헐떡인다
눈을 감았다
검게 탄 해바라기의 심장들
목이 꺾이던 시간 안에
우리 있었다
버스 속에는 저녁이
구겨진 채 실려 간다
나는 지하로
전등이 꺼지면
미개봉 통조림 같은 어둠
갯지렁이 같은 전철을 타고
흐무러진 대낮을 들고
스물스물
간다
내 주머니 속
접힌 빛 하나
밤은 깊고
우린 서로를 모르고
혓바닥이
수몰된 우물처럼 잠겨 있다
@『시인수첩 (2026)』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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