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민들레/도종환
나 죽은 뒤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을 벗었거든
내 무덤가에 와서 놀아라
새떼처럼 하얗게 아이들 데리고 와
웃으며 손뼉치며 놀아라
나 죽은 뒤
아직도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로 그늘져 흐리거든
내 무덤가에는 오지 말아라
돌아가 피흘리며 싸워라
나 죽은 뒤
아무 곳에나 잘 자라는 앉은뱅이 민들레로 돋아
타는 마음으로 이 땅을 지켜보다
꽃 다하면 풀씨로 산천 떠돌며 보리라
너희와 너희의 아이들이 진달래처럼
환하게 살고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보리라.
시집 [접시꽃 당신] 실천문학사 1986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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