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농부의 가르침 5

작성자.동 행|작성시간26.06.05|조회수22 목록 댓글 0

초가집들이 즐비한

시골 마을 한쪽에 유일하게 기와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에

사는 심 씨라는 자는 앙반이랍시며

거들먹거리기만 하는 통에 동네 사람들에겐

밉상스럽기만 했다는데요

"옜다!! 너 가져라."

기와집에서 사는 심 씨는

초저녁부터 벌어진 술판에 흥청망청하며

동네에서 바보라고 소문난 김 노인을

골탕 먹이는 놀이에. 빠져 있었는데요

"그래 어느 것을 가져가겠느냐?"

함께 술판을 벌이던 친구들에게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마당에 꿇어앉은

김노인 앞으로 엽전 꾸러미들을 던져놓고는

김 노인의 행동을 바라보던 이들은

"소인은 이걸 가져가겠습니다요"

라며

엽전 세 개가 묶인 꾸러미를 집는 모습에

"봐라….내 뭐라 하더냐

저런 바보천치가 없다니깐…."

"하.ㅡ

자네 말이 맞구먼"

"글쎄 저 노인네가 실성한 것인지

열 냥이 묶인 꾸러미와 다섯 냥이 묶인

꾸러미를 마다하다니.."

"내가 뭐라더냐..

세 냥이 묶인 꾸러미만 줍는다

하지 않았느냐'

"몸만 병신인 줄 알았는데 머리도…."

모여있던 심 씨 일행은

한 달에 한 번 모일 때마다 옆집 사는

김 노인을 불러다 놓고 웃음거리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이 더 흐른 어느 날

가뭄에 먹을 것도 없어

홍시가 익기만 기다리고 있던 김 노인은

"임자….

내 얼른 가서 홍시를 따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옆집에 사는 심 씨가 담에 올라가

감을 따 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남의 집 감을 주인 허락도 없이

따 먹으면 어떡합니까?"

"내 집 마당으로 넘어온 건 내 거지

왜 네놈 거란 말이냐?"

분통이 터졌지만

화를 참고 돌아온 김 노인은

다음날 앞마당에 큰 솥단지를 걸어놓고

연기를 피우고 있을 때

"아니…

.내 닭이 어디를 간 거야…."

온 마당을 이을 잡듯 훑고 다디던

심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솥단지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 솥단지 안에 뭐가 들었느냐

한 번 열어보거라…."

김 노인이 슬며시 열어 보인 솥 안에는

씨암탉 한 마리가 익어가고 .있는 걸

본 심 씨는

"아니…. 이놈아

이 닭이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그 닭이 아니더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내 집 마당으로 닭 한 마리가 들어오길래

몸보신하려고 삶고 있었습니다요"

"닭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그걸 먹으면 어떡하느냐?"

"나리가 말했잖아요

내 집 마당으로 들어온 건 다 내 것이라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코를 벌렁거리며 씩씩거리던.심씨는 ​

"이놈이 숫자도 모르는 멍청한 놈인 줄

알았는데.사람 잡아먹을 놈일세 그려"

"그거야 제가 열 냥을 집으면

재미가 없어 놀이를 안 하실걸 알기에

일부러 석 냥만 집은 거죠"

"뭐라!!!"

노인의 숨은 속내를 그제서야

알게 된 심 씨는

그동안

기름 쏟고 깨를 주운 자기 행동에

목덜미를 잡고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솥 단지가 검다고 밥까지 검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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