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들이 즐비한
시골 마을 한쪽에 유일하게 기와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에
사는 심 씨라는 자는 앙반이랍시며
거들먹거리기만 하는 통에 동네 사람들에겐
밉상스럽기만 했다는데요
"옜다!! 너 가져라."
기와집에서 사는 심 씨는
초저녁부터 벌어진 술판에 흥청망청하며
동네에서 바보라고 소문난 김 노인을
골탕 먹이는 놀이에. 빠져 있었는데요
"그래 어느 것을 가져가겠느냐?"
함께 술판을 벌이던 친구들에게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마당에 꿇어앉은
김노인 앞으로 엽전 꾸러미들을 던져놓고는
김 노인의 행동을 바라보던 이들은
"소인은 이걸 가져가겠습니다요"
라며
엽전 세 개가 묶인 꾸러미를 집는 모습에
"봐라….내 뭐라 하더냐
저런 바보천치가 없다니깐…."
"하.ㅡ
자네 말이 맞구먼"
"글쎄 저 노인네가 실성한 것인지
열 냥이 묶인 꾸러미와 다섯 냥이 묶인
꾸러미를 마다하다니.."
"내가 뭐라더냐..
세 냥이 묶인 꾸러미만 줍는다
하지 않았느냐'
"몸만 병신인 줄 알았는데 머리도…."
모여있던 심 씨 일행은
한 달에 한 번 모일 때마다 옆집 사는
김 노인을 불러다 놓고 웃음거리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이 더 흐른 어느 날
가뭄에 먹을 것도 없어
홍시가 익기만 기다리고 있던 김 노인은
"임자….
내 얼른 가서 홍시를 따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옆집에 사는 심 씨가 담에 올라가
감을 따 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남의 집 감을 주인 허락도 없이
따 먹으면 어떡합니까?"
"내 집 마당으로 넘어온 건 내 거지
왜 네놈 거란 말이냐?"
분통이 터졌지만
화를 참고 돌아온 김 노인은
다음날 앞마당에 큰 솥단지를 걸어놓고
연기를 피우고 있을 때
"아니…
.내 닭이 어디를 간 거야…."
온 마당을 이을 잡듯 훑고 다디던
심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솥단지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 솥단지 안에 뭐가 들었느냐
한 번 열어보거라…."
김 노인이 슬며시 열어 보인 솥 안에는
씨암탉 한 마리가 익어가고 .있는 걸
본 심 씨는
"아니…. 이놈아
이 닭이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그 닭이 아니더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내 집 마당으로 닭 한 마리가 들어오길래
몸보신하려고 삶고 있었습니다요"
"닭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그걸 먹으면 어떡하느냐?"
"나리가 말했잖아요
내 집 마당으로 들어온 건 다 내 것이라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코를 벌렁거리며 씩씩거리던.심씨는
"이놈이 숫자도 모르는 멍청한 놈인 줄
알았는데.사람 잡아먹을 놈일세 그려"
"그거야 제가 열 냥을 집으면
재미가 없어 놀이를 안 하실걸 알기에
일부러 석 냥만 집은 거죠"
"뭐라!!!"
노인의 숨은 속내를 그제서야
알게 된 심 씨는
그동안
기름 쏟고 깨를 주운 자기 행동에
목덜미를 잡고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솥 단지가 검다고 밥까지 검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