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농부의 가르침 7

작성자.동 행|작성시간26.06.07|조회수14 목록 댓글 0

장터를 떠돌다 지친

등짐을 진 보부상 두 사람이

한낮의 땡볕을 친구삼아 밭에 갔다가

돌아오는 늙은 농부가 몰고 오는

소달구지를 보자

"마을로 가는 길이라면 좀 태워주시겠소"

소달구지에 앉자마자 하루 일에

지친 두 사람은 투덜대기 시작했는데요

"쥐꼬리만 한 새경 받으려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러게 말이야 주인 나리는

새경은 올려줄 생각은 안 하고

부려 먹을 생각만 하니 원.."

두 사람의 넋두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늙은 농부는

"왜 주인 나리가 새경을 안 올려주는 것 같소이까?"

"아 그야 천하의 노랭이니까 그런 거죠"

"두 분 제 이야기 하나 들어보시렵니까?"

"말해보슈"

"몆달 전에 일을 마치고 지나가다

저 앞에 웅덩이에 한쪽 바퀴가 빠졌지

뭡니까"

"바퀴 빼낸다고 고생 좀 했겠소"

"그런데 며칠 후 장에 갔다 막걸리 한잔

걸치고 이 길을 오다. 그만

또 빠졌지 뭡니까"

"아이고 같은 짓을 반복했구먼요"

"보름달이 환하게 비친 다음 날도 이 길로

오다 세 번째 빠져버리고 말았죠"

"두 번이나 빠졌으면 그곳에

웅덩이가 있다는 걸 알 법도 하건만…

. 쯧쯧"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렇지 않소이까

알면서도 되풀이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거지요."​

"웅덩이를 판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제 부족함이 문제였다는걸 알고 나니

아 글쎄 그때부터는 빠지지 않지 뭡니까"

"다행이구려

자기 잘못인 걸 알았으니…."

"금방 길손께서 제 잘못이라고 한 말을

이렇게 되돌려드리고 싶소이다"

"뭘 말이오?"

"새경을 받는 만큼만 일을 한다면

주인으로선 받는 만큼만 일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다고 생각할 것이오"

"그거야 .....쩝"

"내가 받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내 몸값을 올릴 생각은 왜 안 하시오."

"맞는 말이긴 한데…"

"같은 웅덩이에 빠지는 걸

내 탓인 걸 알고나니 빠지지 않는 것처럼

오랫동안 그 일을 하시면서도 새경이

그대로인 그 이치를 모르고 계시니

되돌려드리는 말이외다"

자신들이 한 말에

본전도 못 찾은 두 장사꾼은

먼 산만 바라보며 입만 삐죽거리던 그때

나지막한 울타리 안에서 말 한 마리가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걸 보며 말을

이어갔는데요

"망나니 같은 저 말이 낮은 울타리

밖을 안 나오고 안에서만 뛰어다니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요?"

"그러게요"

처음 데려올 땐 어찌나 날렵하고,

천방지축인지 울타리를 넘어 도망가기

일쑤여서 다리에다 족쇄를 채웠지

뭡니까"

"지금은 족쇄도 없는데

왜 안 넘어오는 거죠?"

"늘 묶여 있다보니​

이젠 나가는 법을 잊은 거지요

두 분처럼…."

늙은 농부의 그 말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친 두 장사꾼은

멀어지는 소달구지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게 가르침이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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