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를 떠돌다 지친
등짐을 진 보부상 두 사람이
한낮의 땡볕을 친구삼아 밭에 갔다가
돌아오는 늙은 농부가 몰고 오는
소달구지를 보자
"마을로 가는 길이라면 좀 태워주시겠소"
소달구지에 앉자마자 하루 일에
지친 두 사람은 투덜대기 시작했는데요
"쥐꼬리만 한 새경 받으려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러게 말이야 주인 나리는
새경은 올려줄 생각은 안 하고
부려 먹을 생각만 하니 원.."
두 사람의 넋두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늙은 농부는
"왜 주인 나리가 새경을 안 올려주는 것 같소이까?"
"아 그야 천하의 노랭이니까 그런 거죠"
"두 분 제 이야기 하나 들어보시렵니까?"
"말해보슈"
"몆달 전에 일을 마치고 지나가다
저 앞에 웅덩이에 한쪽 바퀴가 빠졌지
뭡니까"
"바퀴 빼낸다고 고생 좀 했겠소"
"그런데 며칠 후 장에 갔다 막걸리 한잔
걸치고 이 길을 오다. 그만
또 빠졌지 뭡니까"
"아이고 같은 짓을 반복했구먼요"
"보름달이 환하게 비친 다음 날도 이 길로
오다 세 번째 빠져버리고 말았죠"
"두 번이나 빠졌으면 그곳에
웅덩이가 있다는 걸 알 법도 하건만…
. 쯧쯧"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렇지 않소이까
알면서도 되풀이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거지요."
"웅덩이를 판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제 부족함이 문제였다는걸 알고 나니
아 글쎄 그때부터는 빠지지 않지 뭡니까"
"다행이구려
자기 잘못인 걸 알았으니…."
"금방 길손께서 제 잘못이라고 한 말을
이렇게 되돌려드리고 싶소이다"
"뭘 말이오?"
"새경을 받는 만큼만 일을 한다면
주인으로선 받는 만큼만 일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다고 생각할 것이오"
"그거야 .....쩝"
"내가 받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내 몸값을 올릴 생각은 왜 안 하시오."
"맞는 말이긴 한데…"
"같은 웅덩이에 빠지는 걸
내 탓인 걸 알고나니 빠지지 않는 것처럼
오랫동안 그 일을 하시면서도 새경이
그대로인 그 이치를 모르고 계시니
되돌려드리는 말이외다"
자신들이 한 말에
본전도 못 찾은 두 장사꾼은
먼 산만 바라보며 입만 삐죽거리던 그때
나지막한 울타리 안에서 말 한 마리가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걸 보며 말을
이어갔는데요
"망나니 같은 저 말이 낮은 울타리
밖을 안 나오고 안에서만 뛰어다니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요?"
"그러게요"
처음 데려올 땐 어찌나 날렵하고,
천방지축인지 울타리를 넘어 도망가기
일쑤여서 다리에다 족쇄를 채웠지
뭡니까"
"지금은 족쇄도 없는데
왜 안 넘어오는 거죠?"
"늘 묶여 있다보니
이젠 나가는 법을 잊은 거지요
두 분처럼…."
늙은 농부의 그 말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친 두 장사꾼은
멀어지는 소달구지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숙인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게 가르침이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